저는 만 21살로 남들이 전문직, 취업난, 등으로 고생할때 운이 좋아서 법조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이번주 월요일부로 일을 잠시 그만뒀습니다. 짤린것도 아니고, 홧김에 차고 나온것도 아니고, 그냥 필요로 하던 계기가 만들어져서 아싸! 잘됬다 싶어서 정리하고 나와버렸습니다.
사무실을 맨처음에 정식으로 나가게 된것은 5월 10일 이었습니다. 15주간을 무보수로 일하되 인센티브와 커미션을 지급받는걸로 해서 생계를 유지 했습니다. 주 5일동안 과외를 20시간 가까이 뛰었고 그결과 일주일에 약 6~700킬로 가까이 운전을 했습니다.
15주간의 Provisional Employment를 끝내고 주임변호사가 제가 마음에 든다며 8월 24일 이후로써는 정식 근무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사무실의 분위기도 부드럽고, 또한 제가 처리해야 했던 일들도 그렇게 무리는 없었습니다. 업무량은 가끔 스트레스를 극과 극으로 밀어 부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IT맨과 비교한다면 세발의 피도 않됩니다.
일단 돈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집세는 그럭저럭 미리미리 낼수 있었고, 옷이야 넥타이만 바꿔주면 양복 3벌로 우려먹을때까지 입을수 있었으니까요. 기름값이야 과외학생들 어머님들께서 주시는 과외비로 충당할수 있었습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정말로 많이 배워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정신없이 일했습니다.
법대를 3년 거치고, 연수와 업무를 한지 1년 가까이 다되갑니다. 그동안 방학도 없이 뛰어 다녔고 정말 코피터지게 공부하고 일했었습니다. 학교가 3학기 제라서 일년에 총 합쳐서 방학은 8주 밖에는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8월 24일 금요일. 주임변호사와 다시한번 상의를 했습니다. 제 고용조건이 어떻게 되는지요. 주급이 적당한 선에서 동의가 이루어 졌고 기타 조건들도 나쁘지 않다 싶을정도로 계약을 했습니다.
그리곤 8월 27일 월요일부로 커미션 인센티브 + 주급형태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목요일이 지급되는 날이라서 제 은행계좌가 필요하니까 말을 꺼내니, 주임변호사가 뒤통수를 치더군요.
황당했습니다. 돈은 둘째 문제입니다. 과외를 해도 충분히 집세내고 저금은 할수 있었으니까요. 더 황당한 부분은 15주동안 '잘한다 못한다' 라고 이끌어 주던 주임변호사가 '니가 한게 뭐가 있다고 보수를 주니?' 라고 톡 쏘는것이었습니다. 배신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일은 어디까지나 'Fair Game' 이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참 15주동안 억소리 나게 돈 벌어 줬더니, 하는 말이 이겁니다.확 자기차 빵꾸를 내버릴까 봅니다.
그러면 업무가 가끔 없어서 공치는 날도 있을것이고 너무 많아서 밤새야 하는 날도 있을것인데, 그럴때는 배로 준다는 말입니까? 라고 대들었다가, 그냥 감정이 상할것 같아서 관뒀습니다. 대륙기질이 있는 중국사람을 처음부터 너무 믿는게 아니었는것인데.. 라는 제 잘못도 있는것 같아서였습니다.
하지만 서글펐습니다. 지난 4년간 억울하면 똥밟았다 치고 더 열심히 하면 되지 라는 자세로 일해오다가, 막상 사회라는 곳에서 이런식으로 당하니까 정말 한번에 억울함들이 다 밀려 들어오더군요. 북받쳤습니다. 다들 퇴근하고 없는데 혼자서 쭈그리고 앉아서 펑펑 울었습니다.
세상은 결코 만만한게 아니라는것을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그리고선 좀 쉬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해오던 케이스를 밤샘해서 마무리 했습니다. 의뢰인분들과, Case Officer, 다른상대 변호사 등등 모든분들께 제가 더이상 케이스담당이 아니니 추가적인 교신은 주임변호사를 통해서 하라고 연락을 맞쳤습니다. 현재 일의 진행상태와 앞으로의 방향등을 케이스마다 정리해서 파일에 올려놓은뒤, 모든 파일들을 책상위에 깔끔히 나열하곤, 청소기를 집어 들었습니다.
사무실 바닥에 떨어져있던, 커피 부스레기, 스테이플들, 포스트잇등을 다 빨아 들이고는 박스에 제 집기들을 하나둘씩 담았습니다. 맨날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을 스스로 하게 되니까 실감이 나질 않았습니다.
젊은 혈기에 "아 ㅅㅂ, 때려쳐" 라고 결정한게 아닙니다. 상처를 받아서도 아닙니다. 돈 때문에 기분상해서는 더더욱 아닙니다. 단지, 궁극의 인권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 사무실은 도움이 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을 간간히 해온적이 있었고, 마침 그 구실이 필요했었는데, 잘된거죠뭐.
덕분에 시간이 널널해 졌습니다. 그동안 사서 쌓아놓기만 했던 서적들을 읽을 시간이 생겼습니다. 운동도 할수 있어서 담배를 끊을려고 노력중입니다.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관리할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사람들을 만나서 술한잔 할수 있는 시간도 생겼습니다. 가끔은 주말에 교외로 드라이브를 나갈수도 있습니다. 바닷가에 가서 서핑도 할수 있습니다. 세상이 새롭게 보입니다.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더니, 마음고생이 심했지 하면서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십니다. 여행 한번 다녀오너라 하십니다. 아 씨바, 또 눈물 한번 쥐어짭니다. 주위의 선배들도 넌 좀 쉬어야되, 라고 한결같이 말씀하십니다. 정말로 좀 쉬어야 하는가 봅니다.
대기업 로펌들은 내년 1월까지 신입사원 Intake가 없습니다. 다른 중견 로펌에서 헤드헌터를 2 곳에서보내왔습니다. 하지만 거두절미 하고다 돌려 보냈습니다. 아직 젊기때문에큰 물에 가서 크게 한번 배워보고 싶습니다. 아직 가정이 없을때,돈 걱정을크게 하지 않아도 될때, 배워야 할건다 배워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확고하게 만들어준 못땐 우리 주임변호사가 이쁘기도 합니다.
전 크게 될놈입니다. 지금은 더 큰 비상을 위해서 날개를 잠시 접습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할 놈입니다. 그래서 국가, 종교,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그네들의 인권을 위해서 한번 박터지게 일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주 월요일 부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하지만 잠자다가도 주임 변호사생각만 하면 아직 이를 갈으니, 저도 아직 멀었나 봅니다.이 기회에 도를 닦아볼까 합니다. 앞으로 간도 쓸개도 빼워야 하는 일이 있을터인데, 이런거 가지고 화내면 안되는줄 알면서도, 저도 나약한 인간에 불과한가 봅니다.
어찌보면 일찍 좋은 경험을 한거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를 갈면 저만 더 비참해지고 사내대장부가 쪼잔해 지는것 같아서 관둘렵니다. 나중에 5년 지나서 당당한 모습으로 소주 한박스 사서 찾아 뵙고는 웃으면서 다시 이야기 할수 있기를 바라면서이 한풀이 글을 마치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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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4년 가까이 근무하던 회사를 그만 둔 사연..
Tracked from {달룡이네집} 2007/10/22 14:07 delete얼마전 4년 가까이 근무해 온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요즘 그래서 많이 한가합니다. 놀이 공원에도 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하고, 아이들과 그동안 놀아주지 못한 것을 이것저것 하고 있습니다. 물론 요 며칠간 반짝 잘한다고해서 좋은 아빠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요 며칠 만이라도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면서 많은 아쉬움과 허전함이 남습니다. 회사를 그만..



비밀댓글입니다
저도 트랙백 날리고 갑니다..^^ 즐거운 일 많으시길..
젊음이 좋네요...
그런 용단도 젊기 때문이지요.
아무쪼록 좋은 진로가 주어지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 방명록에 이메일 주소를 남기셨는데...무슨 용건이신지?
일단 제 이메일을 남깁니다.
도울 일이 있으면 기거이 돕지요.
indecodi@yahoo.co.kr
기백이 대단하셔서 읽는 제 마음이 다 담담해는 것 같습니다. 쓰신 날짜를 보니 삼사년전 글이네요..